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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기아 타이거즈

기아 타이거즈와 빗속의 야구

by 그냥저냥그럭저럭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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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 취소보다 아쉬운 건, 못다 한 응원이야

“오늘 경기, 우천 취소입니다.”
그 한 줄이, 이렇게 마음을 무너뜨릴 줄 몰랐어요.

기아 타이거즈 팬이라면 한 번쯤
챔피언스필드 앞에서 멈춰버린 문자 알림을 받아보셨을 겁니다.
미리 예매한 자리, 빨간 유니폼, 야무지게 챙긴 야구 응원 타올,
그리고 야구장 앞 포장마차에서 사온 튀김 도시락까지.

비가 내리는 경기장 입구에 선 순간,
경기는 멈췄는데 팬심은 계속 흐르기 시작합니다.


야구와 비, 그리고 애매한 기다림

야구는 날씨에 민감한 스포츠입니다.
공 하나, 잔디 하나, 마운드 상태 하나가 선수들의 몸에 영향을 주니까요.
그래서 비가 조금만 와도 경기가 중단되고, 많이 오면 취소되죠.
기다리던 하루가 단 몇 분 만에 사라지는 건 야구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는 왜 비 오는 날 야구장에 갈까요?


그날, 챔피언스필드 앞에서

2024년 7월 13일, 토요일.
기아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주말 경기.
아침부터 날이 흐렸지만, 예매는 일찌감치 매진.
저는 3루 K9석을 예약해 두었고, 친구는 아예 부산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왔어요.

도착하니 이미 파라솔 아래 모여 있던 팬들 사이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어요.
유니폼 위에 우비를 덧입고, 야구장 스피커에 흐르던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기다렸죠.
하지만 오후 5시 50분.
KBO 앱 알림이 떴습니다. “경기 우천 취소 안내.”

그 순간, 눈앞이 흐릿해졌어요.
돌아가는 발걸음보다, 그 자리에 머무는 팬들이 더 많았습니다.


비 오는 날, 야구장은 더 조용하고 더 진해져요

야구장은 원래 시끄러운 공간이죠.
치어리더의 구호,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 그리고 수많은 함성.

그런데 비 오는 날의 야구장은 달라요.
방수포 위에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
푸드존 철판 위에 맺힌 물방울 소리,
우산 안에서 귓속말하듯 이어지는 팬들끼리의 대화.

그 조용한 풍경 속에서,
누구도 말하지 않아도 기아를 사랑하는 마음은 더 선명해집니다.


KBO 우천 취소 규정, 알고 보면 이렇게 돼요

비가 온다고 무조건 경기가 취소되진 않아요.
KBO 리그에는 다음과 같은 우천 규정이 적용됩니다.

1. 경기 시작 전 비가 올 경우
- 홈구장 감독관과 심판위원이 경기 개시 여부를 결정합니다.
- 예보, 실제 강수량, 안전성, 그라운드 관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2. 경기 도중 비가 올 경우
- 5회 이상 진행되면 '정식 경기'로 인정됩니다.
- 5회 이전 중단되면 ‘노게임’으로 선언돼 무효 처리됩니다.

 

3. 재개 불가능 시
- 이후 일정에 따라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이어지거나
‘재경기’로 다시 진행됩니다.

 

4. 개방형 구장의 경우
- 광주 챔피언스필드처럼 개방형 구장은 빗물 배수가 어렵기 때문에
조기 취소 공지가 뜨기도 합니다.


기억나는 기아의 ‘비와 함께한 경기’ 3가지

① 2023년 5월 20일 vs NC
9회말 2사 2루, 동점 찬스 상황.
타석에 나선 나성범, 그런데 갑자기 내린 폭우.
경기는 중단됐고 다음 날 서스펜디드 경기로 이어졌죠.
결과는? 끝내기 적시타. 비가 감정을 하루 더 끌고 간 셈이었어요.

② 2022년 8월 4일 vs 삼성
2회 시작 직후 폭우로 경기 중단.
이날은 결국 노게임 선언.
당시 양현종 선발로 나왔던 날이었는데, 이 경기를 다시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죠.

③ 2021년 6월 25일 vs 한화
비 예보가 있었지만 강행된 경기.
5회까지 겨우 치렀고, 결국 6회 비로 종료.
하지만 이 경기에서 데뷔 첫 안타를 기록한 신인 선수의 인터뷰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팬들 사이에선 우천 취소도 ‘사건’입니다

우리는 야구를 보러 가지만,
사실은 어떤 순간을 만나러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비가 오면 오히려 더 특별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누군가는 포토존 앞에서 우비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푸드트럭 옆에서 비 맞으며 소주 슬러시를 마시고,
어떤 부부는 유모차를 끌고 경기장 앞을 천천히 걷습니다.

그런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경기가 없더라도 야구장에 온 이유를 알 것 같아요.


비 오는 날 직관 준비, 이렇게 해보세요

- 우비는 필수: 팀 유니폼 색상과 맞춘 방수우비 추천
- 신발은 포기: 새 신발보단 방수 슬리퍼 or 운동화
- 푸드존은 미리: 우천 가능일엔 푸드존 대기시간이 길어집니다
-  보조의자나 방석: 젖은 의자에 앉아야 할 경우 대비
-  우산보다는 모자: 야구장은 우산보다 모자가 활동에 더 유리해요


비와 기아 타이거즈, 어쩐지 잘 어울려요

왜일까요.
비 오는 날엔 감정이 더 잘 보이잖아요.
기아는 늘 기복도 크고, 반전도 많고, 끝내기도 많고.
그래서인지 비 내리는 날의 광주 챔피언스필드는,
마치 한 편의 슬로우 모션 영상처럼 느껴집니다.

팬들도 그렇죠.
비 맞으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
경기 없이도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
그것도 야구입니다. 그것도 기아예요.


다음은, 그날의 응원가 이야기

이제 비는 그쳤습니다.
우리는 다시 챔피언스필드로 향할 준비를 하죠.
그리고 다음 글에선 이렇게 물어보려 합니다.

“그 순간, 왜 그 노래가 울려 퍼졌을까?”

기아 타이거즈 응원가에 얽힌 사연들,
팬들이 기억하는 응원의 장면들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팬들이 말하는 ‘비 오는 날 직관’이 특별한 이유

직접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팬들에게 물었습니다.

“우천 예보가 있는데도 오늘 오신 이유가 뭔가요?”

그중 한 분은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예보가 다 맞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내가 경기장에 없으면, 혹시 그날이 인생 경기면 어떡해요?”

또 다른 분은요.

“그냥 야구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유니폼 입은 사람들, 포스터 들고 사진 찍는 아이들… 이 분위기가 좋아서 오는 거죠.”

이 말, 저에겐 참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SNS에서 화제가 된 ‘비와 야구’

KIA 타이거즈의 우천 취소 알림이 올라오면 팬들 사이에선 늘 비슷한 댓글이 달립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간다.”
- “우리의 응원은 비에도 젖지 않는다.”
- “취소됐지만 나는 이미 응원가 2절까지 불렀다.”

SNS 속 사진에는 비에 젖은 응원봉, 우비를 입은 연인, 비 맞으며 치킨을 먹는 아이의 모습이 담겨 있죠.
그 모습 하나하나가 야구를 넘은 ‘문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챔피언스필드 푸드존, 비 오는 날은 더 감성적입니다

비 오는 날 광주 챔피언스필드 푸드존은 마치 다른 공간처럼 느껴져요.

뜨거운 철판 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볶이,
창 너머로 바라보이는 비 내리는 관중석,
슬러시 기계 앞에 줄 서 있는 커플들의 뒷모습.

소리도, 냄새도, 온도도 평소보다 더 깊게 다가옵니다.
특히나 '홈런떡튀순'은 비 오는 날 더 맛있다는 소문도 있죠.
야구는 취소됐지만, 우리의 입맛은 여전히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천 규정, 팬들이 자주 오해하는 것들

1. “비 오면 무조건 노게임이다?”
→ 아닙니다. 5회 이상진행되면 ‘정식 경기’로 기록됩니다.

2. “비 와서 중단되면 다음 날 무조건 이어서 한다?”
→ ‘서스펜디드 게임’은 사전 협의된 경기만 해당합니다. 대부분은 재경기로 재편성됩니다.

3. “우취 되면 표는 자동 환불 안 된다?”
→ 공식 예매처(인터파크 등)에서 취소 수수료 없이 자동 환불 됩니다.

이처럼 우천 관련 오해가 많기 때문에,
직관 전엔 항상 KBO 공식 홈페이지기아 타이거즈 구단 공지를 꼭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해요.


비가 그쳐도, 마음은 젖어 있던 날

경기가 끝나지 않아도,
응원이 울리지 않아도,
야구장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2024년 9월 2일,
기아가 롯데를 상대로 경기 중이던 날에도 비는 내렸고,
팬들은 빗속에서 '맨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죠.
그 날 한 팬이 들고 있던 손팻말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우리는 비 때문에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경기장을 향합니다

야구는 숫자와 기록의 스포츠라고 하지만,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일은 감정과 관계의 스포츠에 더 가깝습니다.

비가 와서 경기를 못 봤어도,
그날 함께 비를 맞은 기억은 더 오래갑니다.

다음 경기가 열리는 날,
우리는 또 다시 우산을 접고
붉은 유니폼을 꺼내 입겠죠.

그리고 이렇게 말할 겁니다.

“오늘도, 기아 보러 간다.”


"그날, 저 혼자 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 팬 인터뷰

비가 내리던 날, 챔피언스필드 정문 근처에서 만난 한 여성 팬은 말했습니다.

“그날은 김도영 선수가 복귀 후 첫 선발 출전이었어요.
그걸 보기 위해 연차까지 냈는데, 경기 취소 문자를 받으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녀는 우비를 입고 가방을 멘 채로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옆에 있던 다른 팬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고 합니다.

“그분도 혼자 왔더라고요. 결국 둘이 같이 사진 찍고, 근처 분식집 가서 떡볶이 먹었어요.
경기는 못 봤지만, 야구장 와서 사람을 얻었달까요?”

이처럼 빗속의 직관은 예상치 못한 만남과 감정을 남기곤 합니다.


날씨가 바꾸는 좌석 분위기 – 같은 자리, 다른 감성

기아 타이거즈의 홈구장, 광주 챔피언스필드는
좌석마다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 K8석은 원래 응원의 중심이지만,
비 오는 날엔 응원단이 빠지면서 팬들끼리 눈빛으로 교감하는 공간이 됩니다.

- 중앙 테이블석은 음식을 펼쳐놓는 대신,
모자와 우산을 조심스레 올려두는 ‘비 피난처’로 바뀌죠.

- 외야석은 말 그대로 감성의 공간.
경기보다 풍경, 그리고 빗소리를 즐기는 사람들로 채워집니다.

야구장이 꼭 경기를 보기 위한 공간만은 아니라는 걸,
비 오는 날이면 확실히 느끼게 돼요.


직관 후 돌아오는 길 – 젖은 신발보다 무거운 마음

경기를 못 보고 돌아서는 길,
신발은 젖어 있고, 어깨는 축 늘어져 있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따뜻했습니다.

누군가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이렇게 썼습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또 올 거예요.
비 맞은 챔피언스필드는, 그냥 보기만 해도 좋더라고요.”

누군가는 SNS에 이렇게 남겼죠.

“비는 응원을 막을 수 없었다.
다만 오늘은 함성이 속삭임으로 바뀌었을 뿐.”


우천취소가 남긴, 팬들의 말말말

커뮤니티엔 이런 후기들도 남았습니다.

- “기아는 비와도 보고 싶은 팀이다.”
- “오늘 경기 끝내기는 못 봤지만, 팬심 끝내기는 하고 간다.”
- “다음에 보자는 약속이 생겨서 좋다.”

이런 문장 하나하나가 팬들의 정성과 기다림을 보여줍니다.
야구는 공으로만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사람과 마음으로도 이루어진 경기라는 걸 느끼게 하죠.


마무리하며 – 기록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

오늘도 하늘은 흐립니다.
그리고 예보엔 비가 온다고 되어 있네요.

하지만 누군가는 또 챔피언스필드로 향하고 있을 거예요.
혹시라도 경기가 열린다면,
오늘이 누군가에겐 처음 보는 끝내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혹여 우천 취소가 되더라도,
우리는 알게 됐어요.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이 하루가,
이미 우리의 인생 경기가 되고 있다는 걸.


우비 하나에도 팬심이 담긴다 – 기념 굿즈 이야기

기아 타이거즈는 시즌마다 다양한 굿즈를 출시하지만,
비 오는 날 유독 눈에 띄는 아이템들이 있습니다.

바로 팀 로고가 새겨진 투명 우비,
그리고 비를 막기보단 응원에 쓰이는 야구모자 + 응원 타올 세트.

특히 작년 여름, 우천 직관 팬들 사이에선
한정판 비닐백에 응원도구를 넣은 '비 오는 날 키트'가 화제였어요.
젖은 응원타올조차 아깝다며 소중히 챙겨가는 팬들의 모습,
그건 단순한 굿즈가 아니라 하나의 추억이자 상징이었습니다.


기아 타이거즈의 비 속 명장면 – 팬들이 기억하는 순간들

비 오는 날에도 야구는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그리고 기아는 늘 그런 감정을 배신하지 않는 팀이죠.

- 2017년, 정성훈의 통산 2,000안타가 기록된 날에도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 2019년, 문경찬이 9회말 비를 맞으며 마무리 세이브를 올리던 장면.
- 2023년, 나성범이 비 오는 날 경기 후 관중석을 향해 모자를 벗고 인사하던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죠.

이처럼 비는 때론 장애물이 아니라, 명장면을 더 깊게 새기는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시 기다립니다

비가 오는 날, 경기가 열리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는 그 기다림조차 응원으로 바꾸는 사람들이니까요.

다음에 또 경기장이 젖는 날이 오면,
우리는 기꺼이 우산을 접고,
손에 야광봉을 들고 말할 겁니다.

“경기는 잠시 멈췄지만,
우리는 오늘도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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